트랜스내셔널 메모리
  • 2016.9-2018.9
    동아시아에서 역사는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혹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가? 왜 폴리티컬 레짐이 바뀌었다고 선언된 매 순간들이 비가역적 진보를 누차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단위로서의 동아시아는 매 번 답답한 과거로 회귀하는가? 왜 경계에 대한 사유는 횡단과 이탈의 지적인 실험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매번 국민국가의 정치적 경계 안쪽으로 수렴되어 버리는가?

    Memory Regime Change Project는 이러한 화두에 대한 답으로 폴리티컬 레짐이 아닌 ‘메모리 레짐’에 주목한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 끊임없이 정치적 과정을 무효화하는 독특한 장기 체제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기억의 체제를 그대로 둔 채 정치적 변혁을 도모하는 전략은 이미 역사적 파산을 선고받았다. 우선은 역사 전체를 붙들어 매는 홈들을 돌출시켜 체제를 구성의 구조로서의 메모리 레짐을 사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트랜스내셔널한 관점에서 국가가 주관하는 공적인 기억(official memory)에서부터 사람들의 일상에서 재생산되는 보통사람들의 기억(vernacular memory)에 이르기까지 메모리 레짐을 구성하는 다양한 층위와 영역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특히 우리는 기억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대중의 국민화’ 과정이 보통사람들의 일상의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전문 역사가들의 저작이나 역사 교과서를 넘어서, 영화, 역사소설, 티브이 드라마, 박물관과 미술관, 만화, 인터넷 블로그와 게임 등 집단기억의 생산 조직, 유통망, 소비 패턴 등 메모리 레짐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며 확대 재생산하는 모든 문화적 행위와 그 산물들이 우리의 검토 대상이 된다. 그 밑바닥에는 역사가, 문학이론가, 영화평론가, 문화연구자 등등의 관행적이고 직업적인 정체성과 경계를 넘어서, 동아시아의 메모리 레짐 변혁을 도모하는 우리 모두는 ‘기억의 행위자(memory activist)’라는 뒤늦은 깨달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