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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5. 한국일보] “소녀상은 日 욕보이기가 아냐… 많을수록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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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6-19 18:35 조회2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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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이다 발언’이 화제가 됐다. 일본 보수 성향 산케이신문 기자의 “평화의 소녀상 설치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언제쯤 소녀상을 철거, 이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추 대표는 “소녀상은 흉물이 아니고 역사의 양심을 고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위안부 소녀상이 아무것도 상징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보기 싫을 이유도 없고 굳이 철거하고 할 필요도 없다. 질문 하셨다시피 소녀상을 보면 불편하다. 그런데 불편하라고 우리 시민단체가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불편하라고 그렇게 한 것’. 일본 제국주의 폐해를, 일본에 치욕을 주는 방식으로 되갚는 ‘대사관 앞 소녀상 설치’는 한국인에게 후련한 행동이지만 국제적으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본군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이런 대응이 한일 갈등을 푸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국민을 하나로 ‘대동단결’ 시키는 강력한 기제로 민족주의가 자주 호출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사관 앞 소녀상’은 한국의 국내 정치에만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지현 서강대 교수는 반인간적 범죄 희생자를 정치적 자산으로 전유하는 현상을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로 정의하며 “마치 ‘한류’를 수출하듯 소녀상을 세계 각지에 설치하겠다는 탈역사적 발상”(본보 2017년 4월 28일자 기고 ‘풀뿌리 지구화와 기억의 연대’)을 비판한 바 있다. 한국인 희생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보다 보편적 문제와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것과 소녀상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건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 1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에서 만난 캐롤 글럭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소녀상이 일본군 위안부 이미지를 단순화시키는 문제는 있지만, 설치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 근현대사 연구의 권위자인 글럭 교수는 1, 2일 열린 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국제학술회의 ‘지구적 기억의 연대와 소통:식민주의 전쟁 제노사이드’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연구 분야인 ‘기억 연구(Memory studies: 사람들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을 연구)’를 소개했다.

2014년 국내 번역 출간된 논문 ‘기억 작용’에서 글럭 교수는 연구자, 시민단체 등 민간 활동가들의 전 세계적 단합을 통해 역사 문제가 주목받은 사례로 일본군 위안부를 꼽았다. “1990년대 위안부 문제가 부각되고 역사로 편입되는 과정은 흥미롭고 특이했다. (한국 시민단체, 일본 시민단체, 인권법 국제법 전문가, 한국계 미국 여성 등) 다양한 그룹이 각자의 동기를 갖고 위안부 문제를 부각시켰지만 ‘여성 인권’을 다룬다는 구심점이 있었다.”

1990년대 이후 달라진 ‘역사에 대한 기준’도 위안부 문제를 각인 시키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문서 등 기록물이 아닌 증언도 역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되면서, 위안부 희생자들의 증언만으로도 사람들이 위안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믿게 하는 게 가능했다는 말이다. 그는 “1990년대 르완다, 코소보 등 제노사이드 이후 전쟁 범죄에 대한 공론이 만들어질 때 위안부 이슈가 중요한 참고 자료로 논의되며 ‘역사’가 됐다”고 덧붙였다.

위안부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부각됐지만,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글럭 교수는 “(일본 대사관 소녀상 설치는) ‘일본의 부정의 정치’에서 비롯됐다. (과거를 부정하는) 일본 정부의 관점이 변하지 않고 아베 정부 들어 상황은 더 악화했다”고 강조했다. 주한 일본 대사관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소녀상이 세워지는 배경이다.

글럭 교수는 “첫 번째 소녀상은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해 집회가 열리는 장소에 세워졌다. 여전히 위안부 할머니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살아있는 기억 활동’이 이뤄지는 장소”라고 말했다. 이런 전후 맥락을 살핀다면 ‘대사관 앞 소녀상’을 외국 공관을 욕보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독일, 캐나다, 호주, 중국 등 해외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건 좀 다른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해외에 세워진 소녀상들은 대개 한국계 미국인들의 커뮤니티에 의해 세워졌다. 두 가지 맥락이 있다고 본다. 그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소녀상이 ‘한국인 희생 프레임’만 강조하며 내부 정치에 이용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녀상이 위안부 이슈를 단순화시키는 문제는 있지만, 홀로코스트 기념물이 전 세계 어디에도 세워지듯 많을수록 좋다”고 답했다. “소녀상을 세우는 것과 이것이 국내 정치에 이용되는 건 다른 문제다. 물론 현실은 강력한 민족주의(Thick nationalism)가 강조되는 시기이고 (한국을 비롯한 각) 정부는 민족 정서를 이용하려 든다. 그러나 소녀상을 세운 주체는 시민사회다. 소녀상을 민족주의 코드로 정치에 활용하는 건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 이 두 가지를 분리해 봐야 한다.”

기사원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469&aid=0000304595&sid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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