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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2~] 네이버 파워라이터 ON <임지현의 기억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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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6-19 18:33 조회1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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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4396055&cid=59994&categoryId=59994

21세기 지구화의 가장 큰 특징은 ‘지구적 기억 공간’의 탄생이다. 사람들의 기억이 지구적 차원에서 서로 만나 얽혀 경합하고 연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뉴욕의 유대인 문화센터에서 만나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고, 터키계 독일인들이 아우슈비츠에서 아르메니아 학살을 떠올리고, 미국의 민권운동가가 파괴된 바르샤바 게토에서 흑인 노예들의 아우성을 듣는 등 뜻밖의 장소에서 생면부지의 기억들이 만나 소통하고 연대하는 기억의 지구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렸다.

이 연재는 먼저 지구적 기억 공간 속에서 이합 집산하는 기억의 정치학을 밀도 있게 추적하여 기억을 통해 지구적 연대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다.

연재에 앞서, 전후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내 자신의 실존 윤리와 기억의 관계에 대해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도 그 사람이 태어나기도 전에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은 물을 수도 없고 또 물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과거에 대한 전후 세대의 책임이 실존적으로 무효화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전후 세대도 과거에 개입한다. 굳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도, 그들은 지금 여기에서 작동하고 있는 기억의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과거에 개입하는 것이다. 기억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 동시대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작업이다. 자신과 상관없이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과거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의 문제는 전후 세대의 책임인 것이다.
전후 세대는 또 기억에 대한 책임 이상을 넘어 오늘을 만든 과거의 역사에 ‘연루된 주체’이기도 하다. 노예노동이나 강제노동을 통해 자본을 축적한 일본의 재벌 기업이나 독일의 전범 기업들, 또는 베트남 전쟁 당시 ‘월남 특수’로 재벌의 반열에 오른 한국의 대기업의 경제적 혜택을 받는 일본·독일·한국의 전후 세대들은 본의 아니게 피 묻은 과거와 ‘연루’된 셈이다. 과거에 벌어진 잔학 행위의 주체는 아니지만 과거의 결과로부터 혜택을 받는 ‘연루된 주체’로서 전후 세대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는 식민주의와 제노사이드, 전쟁 등 과거에 연루된 전후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비극에 대한 기억의 책임을 어떻게 지고 나갈 것인가 하는 절실한 고민을 이 연재에 담고자 한다. 정답을 찾기보다는, 이 연재가 과거의 비극에 ‘연루된 주체’인 모든 전후 세대가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가는 공론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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